* 비속어가 많이 나옵니다. 주의해 주세요.

* 캐붕이 있을 수 도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 오타가 있을 수 도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 중간에 마음이 아프신 분들에 대한 언급은 그 분들을 비하할 의도가 전혀 없음을 밝힙니다.

* 이게 뭐라고 또 뒤로 밀렸을까요. 앞으로 한 편 더 남았습니다. (다음 편은 꼭 선녀 강림하는 엔노시타를 보고 말겠다!)

* 찌질하게 고백하는 후타쿠치가 보고 싶었는데, 찌질하게 주정하는 진상이 연성되었다. 슬프다.





정신적 텀 후타쿠치(21세)X정신적 탑 엔노시타(27세)



머리가 어질어질하다. 말술까지는 아니더라도 나쁘지 않은 주량을 가진 후타쿠치는 약을 한 것도 아닌데, 답지 않게 초장부터 술에 흠뻑 취했다. 덕분에 반질반질한 얼굴뿐만 아니라 그 밑의 목덜미와 쇄골까지도 무슨 열 감기에 걸린 사람마냥 한껏 달아올랐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그는 유리잔 안에 술을 또 넘치도록 채워 단번에 입 안으로 털어냈다.


“저거, 저거. 완전 상병신 다 됐네.”
“아직도 못 자빠뜨렸데?”
“자빠뜨리기는 개뿔. 키스도 못 해 봤단다.”
“그 정도면 포기하는 게 낫지 않냐?”


인간 주류 저장실이 되고 싶은 건지 테이블 위의 술들을 거진 혼자서 들이 붓고 있는 후타쿠치를 보며 테루시마와 다이쇼가 혀를 끌끌 찼다. 목표물이 남자던, 여자던 한 시간이면 눕혀서 타고 오르던 그 후타쿠치 켄지가 아직 키스도 못 해 봤다니. 웃기기도 하고, 어이가 없기도 하고, 또 다시 웃기기도 해서 두 사람은 낄낄 웃음을 터뜨렸다.


“엔노시타라는 놈이 그렇게 예쁘냐? 왜 안 하던 짓을 하고 그런데.”
“야, 이 새끼야! 치카라한테 말 곱게 써라?!!”


술독에 빠져 개가 된 상태에서도 귀만은 멀쩡하신지 아니면 ‘엔노시타’라는 마법의 단어 덕분인지 용케 테루시마의 말을 주워 들은 그가 버럭 성을 냈다. 하지만 슬프게도 시한폭탄 같은 얼굴로는 영 위엄이 살지 않았다. 기껏해야 테루시마가 어이쿠 하며 과장스럽게 몸을 사리는 척 하는 정도였다.


떽떽거리는 두 사람의 촌극 아닌, 촌극을 보며 다이쇼는 제 몫의 술잔을 기울였다. 정확히 한 달 전 자신의 추태를 기억하지 못하는 그의 눈빛에 한심함이 어렸다.


“어이, 지랄 그만 하고 이야기나 마저 해 봐.”
“그래, 인마! 사정을 알아야 우리가 도와주던지, 말던지 하지!”
“풉- 네 놈들이요?”


이 새끼가. 사랑에 빠진 등신이 되어도 그 지랄 맞은 성격이 어디 갈 리가 있나. 후타쿠치가 손등으로 입가를 가리며 노골적으로 비웃음을 흘리자, 두 사람의 관자놀이에 반사적으로 핏대가 섰다. 그러나 유유상종. 도긴개긴. 그 나물에 그 밥. 옛말 하나 틀린 것 없다고. 역시 한 막말하는 후타쿠치 켄지의 친구, 다이쇼 스구르는 금세 페이스를 회복하고 특유 뱀 같은 비릿한 비웃음을 터뜨렸다.


“아무렴. 남자 하나에 빌빌거리는 너 새끼보다야 낫겠지요.”
“뭐? 이...!”
“잠까안! 잠깐, 잠까아안!!”


알코올이 들어간 터라 평소보다 배는 낮아진 끓는점에 후타쿠치가 비틀거리며 일어서려 하자, 오늘은(이라고 쓰고 언제나) 평화유지군 포지션을 담당하는 테루시마가 한 몸을 던져 그를 막았다. 온몸으로 찍어 눌러도 이 무식한 인간은 잘도 몸을 들썩거렸다. 아오. 진짜, 이 씨발놈! 쓸 데 없이 힘은 장사에요!


“자, 자. 엔노시타 씨 이야기나 할까? 응?”


그 말에 당장이라도 테루시마를 엎어치기 할 것처럼 맹렬하게 꿈틀거리던 후타쿠치의 몸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딱 멈추었다. 오. 역시 마법의 단어. 테루시마와 다이쇼는 조용히 엄지를 치켜들었다.


“....... ㅃ......”
“엉?”
“.... 쁘.......... 다고.....”
“? 뭐래, 이 술꾼 새끼가?”


행여 날뛸까 몸으로 잡아 누르느라 딱 붙어 있음에도 한껏 기어들어간 목소리는 그 의미를 파악하기에 조금 무리가 있었다. 궁금증이 드릉드릉 오른 얼굴로 귓가를 자신들의 친애하는 상병신에게 가져다 댄 두 사람은 곧 바로 귀를 틀어막고 욕을 주워섬겼다. 활화산 마냥 예고 없이 터진 후타쿠치의 비명 때문이다.


“아아아악!!!! 악!! 악아아악!!!!”
“워, 씨발!!! 귀청 나갈 뻔 했잖아, 미친년아!!!”
“저건 병신이 아니라 그냥 미친놈이잖아. 좀 닥쳐, 이 또라이 새끼야!!!”


누가 뭐라고 하던, 소위 ‘방언이 터진’ 상태로 갑작스럽게 돌입한 후타쿠치는 더욱 소리를 높였다. 그나마 룸이라서 다행일 정도였다. 그들은 2시간 전 룸을 예약한 과거의 다이쇼에게 심심한 감사를 전했다.


“존나 예쁘다고! 피부도 쫀쫀하고, 눈매도 동글동글하고, 손도 예뻐!! 커피도 존나 잘 만들고, 책 읽는 거 좋아하는 것도 존나 귀엽고, 담배도 안 펴서 존나 좋은 냄새 밖에 안 나!! 아니, 나보다 여섯 살이나 많은 주제에 왜 그렇게 귀엽지?!! 응?!! 한 마디도 안 지는 것도 씨발!!! 존나 멋있어!!!”
“............. 미친..........”
“야, 나는 이제 좀 무서운데.....정신병자 같아서....”


두서없이 말을 토해내며 그는 엔노시타의 유순하고 사람 좋은 얼굴을 떠올렸다. 그리고 한 켠으로는 습관적으로 첫 만남에 ‘평범하게 생겼네.’ 따위의 망발을 한 자신을 떠올리며 절망에 잠겼다. 후타쿠치 켄지, 이 좆같은 새끼. 감히 치카라에게 그 따위 개같은 소리를 쳐 지껄이다니. 왜 그랬냐, 과거의 나 새끼야. 후회라는 것은 대부분 아무리 빨리 하더라고 늦는 법이라 이미 되돌리기에는 지나치게 멀리 와버렸다. 가능만 하다면 그는 그 때의 자신의 입을 찢어버리고 싶었다.


안 어울리게 섬세한 감정 선은 쉴 새 없이 들이부은 술의 힘을 빌어 미친년 널 뛰 듯 날뛰었다. 후타쿠치는 이에 괜시리 서러워졌다. 그가 처음부터 잘못한 일도 서럽고, 저가 잘못했지만 그래도 마치 남 일인 양 한 걸음 떨어져서 저를 보곤 하는 엔노시타도 서럽고 야속했다. 



물론, (후타쿠치 켄지의 눈에) 착한 그가 후타쿠치에게 욕을 하거나, 비난을 하거나 하는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엔노시타는 행여 문지방이 닳지는 않을까 걱정이 들 정도로 카페를 드나드는 그를 다른 손님들만큼이나 친절한 태도로 대했다. 그래, 다른 손님들처럼 말이다!


내가, 내가 자기한테 홀딱 빠진 걸 알고 있으면서.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후타쿠치는 더 슬퍼졌다. 기분이 하향가를 달리면 달릴 수록 목소리 역시 점점 척척하게 젖어들었다.


“내가.... 씨발... 흐으.... 존나... 존나 좋아하는 거.... 알... 흑.... 알면서도.... ㅎ, 흐어어엉!!!”


결국 땅을 파다 파다 못 한 우울함이 이제까지 꽁꽁 숨기만 했던 속상함과 함께 터지고 말았다. 커다란 덩치를 도대체 어디까지 압축하고 싶은지, 한껏 웅크리고 후타쿠치가 울음을 터뜨렸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본 테루시마와 다이쇼의 멘탈도 함께 터졌다.


“ㅈ, 쟤.... 진짜 우는 거냐... ㅇ, 응?!”
“.... 개씨발.... 우리 눈깔이 병신이 아니고..... 저 새끼 눈깔에서 나오는 게 콧물이 아니라면....”
“속상해애애!!!!”
“아오... 저 진상 새끼....”


이 순간, 후타쿠치를 제외한 두 사람은 2시간 전 룸을 예약한 과거의 다이쇼에게 다시 한 번 더 진심으로 감사했다.


“존나 평범한데 왜 그렇게 예쁘냐고-!!! 응? 존나 아름다워!!!! 그래서 더 슬퍼!!! 흐어어엉!!!!”


주정도, 주정도 저런 주정이 없다. 빈 병이 늘어진 테이블에 볼을 대고 엎어져서 후타쿠치는 연신 코맹맹이 소리를 냈다. 그 어디를 찾아보아도 ‘난 놈’ 후타쿠치 켄지는 없었다. 이제는 무섭다는 수준마저도 뛰어넘어버린 상황에 테루시마는 다이쇼의 옆에 붙어 앉아 그의 옆구리를 꾹꾹 찔렀다.


“야, 야. 어떻게 좀 해봐, 인마.”
“내가 뭘...?”
“아, 네가 나보다 똑똑하잖아.”


잔머리에는 영 취미가 없는 테루시마가 앓는 소리를 냈다. 울고 있는 후타쿠치는 안구 건강에 심히 나쁜 영향을 주고 있었기 때문에 당장이라도 룸 밖으로 집어 던지고 싶었지만 그래도 친구라고 실날같이 남은 우정이란 놈이 그것을 뜯어말렸다.


앞에는 개가 된 원수 같은 친구 놈이 찔찔 짜고 있고, 옆에서는 병신이 된... 아니, 이 새끼는 원래 병신이지. 쨌든 친구 놈이 옆구리를 찌르고. 박복한 자신의 팔자에 한숨을 내쉬며 다이쇼는 느리게 머리를 굴렸다. 후타쿠치만큼은 아니었지만 그도 만만찮게 술을 들이 부었던지라 머리 회전이 영 둔해졌다.


조금 풀린 눈으로 테이블 위를 더듬어 가던 다이쇼의 날큼한 눈이 처량 맞게 버려지다시피 한 후타쿠치의 최신 모델 핸드폰에 닿았다. 빙고. 그는 슬금슬금 여전히 눈물을 빼고 있는 후타쿠치의 핸드폰을 빼돌렸다. 그리고 다시 소파 등받이에 등을 대고 앉아 휴대폰을 익숙하게 조작했다.


“럭키.”
“왜?”


은근히 허술한 그답게 전화번호부에도 잠금 따위는 없었다. 엄지로 느릿하게 화면을 내리며 다이쇼는 꿍꿍이가 가득한 미소를 지었다.


“결자해지. 난 이 말이 너무 좋더라.”


띠로롱. 휴대폰 화면에 ‘치카라’라는 이름이 떠오르고 얼마 지나지 않아 남성 특유의 부드러운 저음이 스피커를 타고 흘러나왔다. 침대에 누워있었던 것인지 목소리가 조금 잠긴 것 같기도 했다.


[여보세요. 엔노시타 치카라입니다.]


한 뼘 통화 모드로 전환해서 전화를 걸었기에 후타쿠치의 울음 소리만이 가득한 룸 안으로 엔노시타의 목소리가 잔잔하게 퍼졌다.


“치카라....?”


와, 씨. 사랑의 힘. 테루시마가 질린 목소리고 중얼거렸다. 다이쇼도 입 밖으로 내지는 않았지만 백 번 동감했다.


엔노시타의 목소리에 테이블에 얼굴을 쳐박고 있던 후타쿠치가 고개를 들었다. 들어올린 얼굴은 정신없이 우느라 온통 콧물과 눈물범벅이었고, 눈가와 코는 빨갛게 부어올랐다. 그렇다고 술기운이 가신건 또 아니라서 쇄골 위로는 여전히 벌겠다. 21년 인생 최고로 못 생기고 찌질한 후타쿠치 켄지 군이었다.


“치카라아!! 흐어어엉!!!! 나 속상해애애!!!!!”
[후타쿠치 군? 지금 울어요?]
“속상해!!!! 속상하다고!!!! 전화 내놔!!! 다이쇼, 이 거지발싸개야!!!!”


정신줄이 늘어진 상황에서도 전화기를 사수해보겠다고 앉은 자리에서 허우적대는 후타쿠치에게 경멸에 찬 눈빛을 한 번 쏴주고, 다이쇼는 아주 예의 바르게 엔노시타와 접선을 시도했다. 이야기로 들어서는 한 성깔 하는 놈인 거 같은데 어떻게 여기까지 오라고 꼬시지.


[지금 거기 어디죠?]


그러나 이런 그의 고민은 지금 이 순간만큼은 저기 저 앉아있는 알코올의 노예만큼이나 무쓸모였다.


“네?”
[초면에 죄송하지만 통성명은 나중에 하기로 하고 지금 거기가 어디인지 알고 싶은데요.]


봄바람 마냥 보들보들했던 방금의 목소리가 마치 한 여름 밤의 꿈과 같다. 다이쇼는 북풍한설과 같은 예상치 못 한 박력에 눌렸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그 어떤 때보다 얌전하고 공손한 태도로 저들의 위치를 이야기만 무성했던 엔노시타 치카라 씨에게 상납했다.


더 이상 볼 것 없다는 무언의 태도처럼 가차 없이 전화가 끊겼다. 다이쇼와 테루시마는 저들도 모르게 서로를 한 번 보았다가 테이블에서 빌빌 대는 후타쿠치를 보았다. 이거.


“듣던 거랑 많이 다른데?”


그랬다.




***


엔노시타는 엑셀을 밟은 발에 점점 더 힘을 가했다. 그 어떤 말보다 유려하고 터프하게 핸들을 꺾어 돌리는 지금 그의 심정은 당황스러움과 빡침의 미묘한 경계선 사이를 걷고 있었다.


아니, 이 인간은 도대체 뭘 어떻게 하고 돌아다니 길래. 매끈하게 잘생긴 얼굴을 떠올린 엔노시타는 초조하게 핸들을 두드리며 이를 갈았다. 자동차 안의 시계는 벌써 새벽 1시가 넘어가고 있음을 그에게 친절하게 알려주었다. 술자리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엔노시타로써는 생소한 시간 대였다. 별 일을 다 겪는다 속으로 한숨을 삼키면서도 그는 부지런히 운전에 집중했다.


다이쇼가 알려준 곳은 회원제로 운영하는 곳이었다. 깔끔한 외관에다 문 앞의 가드들까지 웬만한 사람은 기가 절로 죽을 겉모습에도 엔노시타는 태연하기만 했다.


"예약하셨습니까."
"후타쿠치 켄지와 일행입니다."


지나치게 편안한 옷차림을 한 엔노시타의 모습에 가드가 그를 막았다. 그럼에도 얼굴색 하나 바뀌지 않은 그는 평온하게 후타쿠치를 들먹였다. 그로써는 밑저야 본전인 상황이었지만, 그것을 들은 가드는 잠시 고민을 하더니 곧 내부와 몇 번의 말을 주고 받곤 의심 없이 엔노시타를 안으로 들여보냈다. 그 상황에서 엔노시타는 두 번째 빡침을 느꼈다. 얼마나 쳐 오셨으면 이름만 듣고도 길을 비켜줄까.


다이쇼와의 통화에서 룸 번호까지 모두 받아 들었기에 안에서 길을 잃는 병신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문 앞의 번호들을 일일이 확인하던 그는 드디어 (망할) 후타쿠치가 있는 룸을 찾을 수 있었다. 엔노시타는 망설임 없이 문고리를 잡아 돌렸다.


"치카라아아!!!"


문을 열자 그 곳에는 크고 아름다운 개판이 있었다.


안에는 아스팔트에 붙은 껌딱지라도 되고 싶은 건지 테이블에 얼굴을 비비며 '치카라'를 연호하는 후타쿠치 켄지와 그런 그의 흑역사를 실시간으로 저장하고 있는 두 남자가 엔노시타를 반겼다.


"어?"
"아, 오셨네요."


정신 못 차리는 후타쿠치를 대신해서 테루시마와 다이쇼가 엔노시타를 알은 체 했다. 손님을 맞은 둘은 자신들이 지극히 정상적인 정신 상태라고 단언하고 있었지만, 이 방 안의 그 누구보다 순결한 간 상태를 자랑하는 엔노시타에게는 나머지 두 사람도 주정뱅이인 것은 똑같았다.


"엔노시타 치카라입니다."
"테루시마 유우지에요. 저 병신 친구고요."
"다이쇼 스구루입니다. 밤 늦게 죄송합니다. 저 새끼가 계속 엔노시타 씨를 찾고 울어서."
"아뇨. 괜찮습니다."


그렇게 말한 엔노시타가 후타쿠치에게로 다가갔다. 룸 전체에도 술냄새가 진동을 했지만 후타쿠치는 무슨 술독에 빠진 것마냥 술냄새를 풍겨댔다. 심지어 통화 도중의 울음소리도 환청이 아니었던지 얼굴은 무엇인지도 모를 체액에 젖어 축축했다.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있던 화도 쑥 내려가는 기분이라 엔노시타는 작게 숨을 내쉬고 후타쿠치의 뒷통수를 살살 쓰다듬었다.


"후타쿠치 군? …. 후타쿠치 군. 일어나요. 응?"
"치…. 카라…."
"네. 왔으니까 일어나 봐요."


후타쿠치가 불어터진 눈을 슬슬 떴다. 그러자 긴 속눈썹에서 미처 떨어지지 않았던 눈물 방울이 테이블 위로 아롱졌다. 초점이 맞지 않는 눈동자에 엔노시타의 반듯한 얼굴이 맺혔다.


"…. 치카…. 라…. 치카라…."
"네."


야속한 님 얼굴이 앞으로 들이 밀어지자 잠잠했던 울음이 다시 시작되려는 듯, 후타쿠치는 점점 얼굴을 구겼다. 따갑지도 않는지 눈물 방울이 또 눈가에 맺혔다.


"….."


'눈물'이라는 것과 한 번도 같은 선 상에 둬 본 적 없던 얼굴에 울음이 맺히자 엔노시타는 순간 당황에 빠졌다. 말도 뱉지 못 하고 사정 없이 떨리는 동공이 울보 후타쿠치를 담고 지진을 일으켰다.


"나아…. 속상해애애애…."
"ㅇ, 왜 속상한데요?"
"내가, 내가…. 너 좋아하는 거 알면서…. 나 싫어하고… 흐흡….."
"네?"


싫어한다고? 누가? 내가? 누구를?


"제가 후타쿠치 군을 싫어한다고요? 왜요?"
"….. 안 싫어?"


이 바보같은 울보는 지금 뭐라고 씨… 아니, 말하는 걸까. 내가 왜 자기를 싫어한다고 생각하는 거지? 내가 뭐 실수했나? 엔노시타는 진심으로 궁금해졌다. 그가 생각하기에 자신은 후타쿠치에게 친절하게 대해 주었으면 대해 주었지 싫어한다고 생각할 만한 태도를 보인 적 없기 때문이다.


"저기 잠…"
"그럼 나 좋아해?"
"….."
"싫어…?"


순식간에 코 앞으로 가까워진 후타쿠치의 숨결이 술기운과 만나 지나치게 뜨거웠다. 모양새 좋은 도톰하고 붉은 입술이 엔노시타를 살랑살랑 유혹했다. 아. 위험. 은 개뿔.


"나 싫… 웁…!"
"와, 씨. 대박."
"…. 저게 안 좋아하는 거라고…? 후타쿠치 새끼, 돌았나."


엔노시타 치카라는 아주 아주 아주 바른 생활 청년임이 분명하지만, 유혹에 지나치게 약한 감이 있었다. 그런 그 앞에 취향을 갈아 넣은 미남이 살랑거리니 안 넘어가고 배길 수가 있나.


후타쿠치의 뒷머리를 박력 터지게 잡아당겨 엔노시타는 진하게 입을 맞췄다. 옆에서 후타쿠치의 친구들이 휴대폰으로 모든 상황을 촬영하고 있다는 사실은 충분히 인지하고 있었지만 자신의 취향을 갈아 넣은 미남은 너무나도 큰 유혹이었다.


두 개의 살덩이가 서로의 안으로 거침없이 비집고 들었다. 엔노시타는 혀 끝으로 후타쿠치의 혀 뿌리를 살살 긁어대다가 자기 보다 좀 더 두꺼운 그의 혀를 얽었다. 생각 이상의 테크닉에 후타쿠치는 절로 앓는 소리를 냈다.


"ㅎ… 웃…… 우응….."


아무리 병신, 병신해도 후타쿠치 켄지는 후타쿠치 켄지라 커다란 그의 손이 자연스럽게 굽힌 엔노시타의 등허리를 타고 올랐다. 저와 다른 미온한 온기가 기분을 들뜨게 만들었다.


"흐응…."


자신의 척추선을 더듬어 올라가는 거친 손바닥을 느끼며 엔노시타는 혀로 고른 치열을 훑고 입 안의 살을 유혹하 듯 긁어댔다. 잘 할 줄을 알았지만 기대 이상이다. 엔노시타는 만족스러운 마음에 입매를 늘어뜨렸다.


"ㅈ, 저기요….? 여러분? 나머지는 댁에 가셔서 하시는 게 어떨까요?"


처음에는 좋다고 찍어댔지만 도무지 끝날 줄 모르는 실시간 키스 타임에 테루시마가 당황스러움을 감추지 못 하고 브레이크를 걸었다. 그의 말에 엔노시타는 어깨를 조금 움찔하더니 후타쿠치의 뒷목을 잡은 손에 힘을 풀었다. 그러나 그와 달리 사건의 원흉 후타쿠치 켄지 군은 영 아쉬운 기색으로 엔노시타에게 얼굴을 가져다 붙였다.


"착하죠, 후타쿠치 군. 일단 우리 집에 가요."


다시 칼같은 엔노시타 씨로 돌아간 그는 부드럽지만 단호하게 후타쿠치를 떼어냈다. 그리고 미묘하게 질린 얼굴을 한 다이쇼와 테루시마에게 작게 목례를 하고 인사불성이 된 후타쿠치를 추스려 룸을 나섰다. 남은 이들이 어떠하든 떠나가는 이들은 지극히 평화로웠다.


"있지…."
"응…."
"후타쿠치는 다른 걸 걱정할게 아니라….. 자기 엉덩이의 안전을 더…. 걱정해야 할 거 같아….."


다이쇼의 질린 감상이 지나치게 현실성이 넘쳐서 테루시마는 차마 아니라고 하지 못 하고 두 손으로 얼굴을 감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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