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비속어가 아주 아주 아주 아주 많이 나옵니다. 주의해 주세요.

* 모브 요소 있습니다. 

* 퇴고를 못 했기 때문에 흐름이 이상하거나, 오타가 있을 수 있습니다.

* 엉엉 우는 후타쿠치가 보고 싶었는데 실패. '고백'과 '질투' 편은 함께 올릴 예정입니다.(아마) 2편은 싯구금일 예정입니다.(역시 아마)

* 뭔가 지나치지 않으면서 찰진(?) 욕을 쓰고 싶었는데, 지나치면서 안 찰진(?) 욕이 연성됐네요. 슬프다.




망나니 작곡가 후타쿠치(21세)X망나니 잡는 카페 사장 엔노시타(27세)



옆자리에 붙은 진득한 온기가 잠기운이 반 쯤 날아가버린 신경을 짜증스럽게 긁어댔다. 잠결에도 반듯했던 미간을 사정없이 구기고 후타쿠치는 노골적으로 걸리적거리는 그것을 거칠게 떨쳐냈다. 그러나 대부분의 생물이 그러하듯 잠에 취해있는 동안 온기를 찾아드는 것은 본능이라 생각보다 끈덕지게 오른팔에 엉켜들었다.



“... 아.... 씨발....”



잠긴 목을 기어오르는 목소리는 한껏 잠겨 쇠 긁는 소리가 났다. 비교적 자유로운 왼쪽 손을 들어 눈꺼풀을 비비던 후타쿠치는 불시에 상체를 벌떡 일으켰다. 하지만 여전히 오른쪽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은 상대방에게 잡혀있는 터라 자세가 영 어정쩡했다. 이 년은 뭘 쳐먹었길래, 무슨 힘이. 가히 좋지 않은 얼굴로 그는 제 옆자리에 누운 남자를 내려다보았다.



“좀... 놔라... 아, 씨..”

“.... 우음...”



억지로 잡힌 팔을 빼고 몸을 바로 세워 앉자, 몸피를 감싸고 있던 연한 하늘색의 이불이 피부를 타고 둔하게 흘러내렸다. 헐벗은 상체 위로 커튼이 미처 다 막아내지 못 한 햇빛이 앉아 매끈하게 빠진 근육을 비추었다. 베개에 이리저리 눌린 터라 가차 없이 사방으로 뻗은 머리카락을 심드렁하게 긁으며 그는 여즉 잠에 취한 옆자리의 사람을 걷어찼다. 살이 마찰하는 찰진 소리의 뒤를 이어 둔탁한 소리가 났다. 뼈와 살이 불타는 밤을 함께 한 것치고는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였지만, 일을 저지른 행위자인 후타쿠치는 자신의 아침잠을 방해받았다는 생각에 그저 언짢고 짜증스럽기만 했다.



“ㅁ, 뭐야?!”

“깼으면 꺼져. 난 좀 더 자야겠으니까.”



마른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남자는 알몸 채 굴러 아직 정신을 챙기지 못 한 채 바닥에 엎어져 있었다. 그리고 곧 화들짝 놀라며 몸을 일으켰으나 상황 파악은 여전히 안 된 것처럼 보였다. 그 모습에 후타쿠치는 더욱 인상을 구기고 노골적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난 도대체 저 새끼의 어디가 꼴려서 그렇게 박아댔을까. 아무래도 요 근래 약을 너무 한 것 같다고 그는 답지 않게 반성을 했다. 그리고 자연스럽게 이어 조금쯤은 자제하는 것이 좋겠다고 (그 와중에도 절대 안 하겠다고는 생각지 않았다.) 제대로 지키지도 못 할 26번째 다짐을 속으로 삼켰다. 때 아닌 자아 성찰을 속성으로 끝낸 후, 멀지 않은 곳에 뭉치를 이루고 있는 남자의 옷가지를 아래로 던졌다.



“자, 옷.”



의도했던 것보다 강한 힘으로 날아간 그것들은 엉덩이가 시리지도 않은지 아직도 바닥에 맹하게 주저앉은 이의 얼굴을 덮치고 무릎으로 후두둑 떨어졌다. 그제야 상황을 제대로 받아들였는지 곱상한 얼굴 위로 독기가 올랐다. 예의라고는 흔적도 찾을 수 없는 후타쿠치의 행동에 처참하게 박살난 남자의 자존심이 얄쌍하게 빠진 눈매 끝에 살기로 화했다.



“야, 이 개새끼야!”



남자치고는 높고 가는 목소리가 흉흉하게 날아들었지만 정작 들어야 하는 이는 그저 평온하기만 했다. 아, 이제 좀 꼴리네. 역시 내 눈이 병신일 리가 없지. 이제 막 잠자리에서 일어난 상황에 비해 비정상적일 정도로 말끔한 얼굴을 한 채 턱을 쓸며 그는 낮게 중얼거렸다. 홀로 납득하고 고개를 주억이는 후타쿠치에게로 다시 노호가 터져나왔다.



“씨발 새끼, 씨발 새끼 이야기는 들었지만 진짜 씨발 새끼 아니야, 이거?!!”



남자에게는 유감이지만 고작 욕설 몇 개로 상처를 받기에 후타쿠치 켄지라는 인간은 막연하게, 또 지나치게 미친놈이었다.



“좆대가리 잘 받아먹었으면 그만 떽떽거리고 나가. 그 꼬라지로 쫓겨나고 싶어?”



금방이라도 달려들 기세로 (물론, 당연히 어젯밤과는 명백히 다른 의미로) 으르렁거리는 태도가 건장한 신체와 하모니를 이루어 살 떨리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남자는 저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떡 삼켰다. 한 몸인 양 이불 위를 구를 때는 세상 모든 쾌락을 긁어다주던 몸뚱이가 지금 이 순간만큼은 과장 하나 없이 무서워서 죽을 것 같았다. (몸집 차이가 컸기에 그는 더 공포를 느꼈다.)



남자의 말대로 후타쿠치 켄지는 ‘크로우(CROW)'의 유명 인사였다. 좋은 의미로든, 나쁜 의미로든. 물론, 돼먹지 못 한 인간성을 따라 좋은 의미 보다는 나쁜 의미로 조금 더 유명하기는 했다. 그러나 그러한 악명 아닌 악명을 감안하고서라도 그는 매력적인 남자였다. 그도 그럴 것이 얼굴 반반하겠다, 몸매 잘 빠졌겠다, 돈도 잘 벌고, 나이도 어렸으며, 허리 아래로도 훌륭했기 때문이다. 하나 정도라도 평균 미만이었다면 납득이라도 하지. 그러나 통탄스럽게도 후타쿠치 켄지는 인간성 하나만 빼자면 모든 것이 평균치를 훨씬 웃도는 전형적인 난 놈이었다. 덕분에 성깔머리가 그 모양이라도 그 밑에 엎어지는 이는 남자고, 여자고 많았으며, 지금 알몸으로 바닥을 뒹구는 남자도 그 중 하나였다. 더럽다, 더럽다 듣기는 했지만 생각했던 것보다 성격이 더 지랄 맞다. 자고 있는 사람을 발로 걷어찰 줄이야.



잘게 떨리는 동공을 채 수습하지 못 한 남자는 자신이 여기서 더 뻗대어 봤자 더 좋은 꼴을 보지는 못 하리라고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그렇게 생각이 미치자 그는 얼굴로 받아낸 자신의 옷을 허겁지겁 꿰입었다. 정신없이 옷을 걸친 남자의 모습은 누가 보아도 후줄근한 모양새였지만, 그것에 신경을 쓰는 대신 그는 단숨에 문을 박찼다. 요란 소리와 함께 문이 열리고 그 사이로 몸을 내빼는 중에도 실날같은 자존심이 남았는지 남자는 현관문을 잡은 채 바닥에 붙은 악을 득득 긁어 소리쳤다.



“나중에 똑같은 꼴이나 당해라!! 그리고 너 밤일 존나 못 해! 알긴 아냐, 이 씨발놈아?!”



쾅! 제 할 말이 끝나자 혹시라도 후타쿠치가 쫒아 나올까 남자는 헐레벌떡 현관문을 밀어 닫았다. 띠롱띠롱. 자동 잠금 장치가 작동되는 소리와 함께 후타쿠치 역시 지지 않고 분노를 담아 되받아쳤다.



“내 좆에 찔려서 질질 싼 새끼가 말이 많아!!! 아오!! 저 쌍년!!!!”



슬프지만 문은 이미 닫혀 아침부터 그는 제가 뱉은 욕설을 다시 저가 들어야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놓이고 말았다.





***



아침부터 기분을 아주 제대로 망쳤다. 결국 다시 잠을 청하는 것을 포기한 후타쿠치는 욕조 한 가득 물을 채워 느긋하게 목욕을 했다. 한참 동안 욕실에서 나올 줄을 모르던 그는 몽실몽실한 훈김과 함께 젖은 머리를 털며 방으로 돌아왔다.



협탁 옆에 놓인, 특색이라고는 없는 전자시계가 오전 11시 42분을 비추고 있었다. 애매하다면 애매한 시간대에 깔끔하게 식사를 포기하고, 머리카락이 머금을 물기를 털어낸 후타쿠치는 축축한 수건을 빨래 통에 던져 넣었다. 학창 시절 공놀이 하던 실력이 아직 죽지는 않았는지 젖은 수건은 빨래 통에 깔끔하게 빨려 들어갔다.



새벽까지 죽자고 뒹굴었으니 오늘은 아무리 그라도 일을 해야 했다. 미루어 두었던 작업을 하기로 결심하고 그는 옷장에서 무난한 데님과 맨투맨을 꺼내 입었다. 어차피 중간에 들릴 데라고는 카페뿐이라 옷차림은 무척이나 단조로웠다.



달리 할 것도 없지만 괜히 거울 앞에서 옷매무새를 다듬어 주고, 아직은 촉촉한 감이 있는 머리카락도 빗으로 빗어 내렸다. 그것만으로도 잘난 그의 얼굴은 훈훈한 기운을 마음껏 발산했다. 말간 거울 면에 비치는 제 얼굴에 오늘도 만족한 후타쿠치는 지갑과 휴대폰을 들고 집을 나섰다.



생각 외로 멀리 돌아다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는 그는 걸어서도 충분히 가까운 곳에 작업실을 꾸몄다. 때문에 밤놀이가 아닌 이상 후타쿠치가 차를 끌고 나가는 일은 극히 드물었다.



어슬렁어슬렁 게으름 독에 빠진 맹수마냥 후타쿠치는 늘 가던 카페로 향했다. 늘 지나는 화장품 가게와 옷가게들을 지나 도착한 단골집. 그 앞에 서서 후타쿠치는 저도 모르게 맹한 소리를 뱉어냈다.



“아....”



365일, 연중무휴라는 파격적인 사업방침에 빛나는 그의 단골집은 오늘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오픈을 하지 않았다. 통 유리문을 걸어 닫고, 창마다 야무지게 블라인드까지 친 모양새가 뭐로 모아도 오늘은 영업을 하지 않음을 강력하게 피력하고 있었다. 오늘 진짜 마가 꼈나.



“하아.....”



투덜투덜 욕을 내뱉던 목구멍을 타고 또 한 번 한숨이 터져 나왔다. 벌써 오늘 하루 만에 두 번째 한숨이었다. 오늘 아침 원나잇 상대에게 들었던 파격적인 욕에도 기스 하나 나지 않았던 멘탈은 고작 카페인 부족으로 인해 금이 갈 것 같았다. 후타쿠치는 훌륭한 넋부랑자가 되어 터덜터덜 발걸음을 돌렸다. 천하의 후타쿠치 켄지라고 할 지 라도 영업 안 하는 가게가 영업을 하도록 만들 힘은 없었다. 몸은 돌렸지만 차마 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 걸음에서 미련이 뚝뚝 흘렀다.



“어?”



그리고 그런 그의 앞에 생전 처음 보는 작은 카페가 뿅 하고 생겨났다.(적어도 후타쿠치가 생각하기에는 그랬다.)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그것은 주변에서부터 진진한 커피 향을 잔뜩 풍기고 있었다. 그 익숙하고 향기로운 향에 후타쿠치는 마치 홀린 것처럼 다리를 움직였다.



지랄 맞은 성격 따라 입맛도, 취향도 까탈스럽기가 짝이 없는 그였기에 늘 가던 곳, 쓰던 물건을 고집했지만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었다. 오전 내도록 물 말고는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위장이 급격하게 고통을 호소했다. 다른 사람이었다면 커피 대신 밥을 먹었겠지만 아주 멋진 커피 중독자인 그는 밥 대신 커피를 택했다.



날듯이 문을 열고 들어서자 밖에서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의 진한 커피 향이 그를 덮쳤다. 딸랑. 종소리가 아련하게 끝을 장식하는 카페 내부에는 잔잔한 발라드가 흘렀다. 아. 내 노래. 반사적으로 생각을 하며 곳곳에 앉은 손님을 훑는 그에게로 유순한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어서 오세요.”



알바생은 따로 없는 건지 프런트에 홀로 서있던 남자가 웃으며 후타쿠치를 바라보았다. 순한 눈매에 단정한 이목구비의 그는 부드러운 인상이었으나 딱히 특징이 될 만한 외모는 아니었다. 인상에 어울리는 부드러운 목소리가 그나마 매력일까.



숨 쉬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남자의 외모에 평가를 내린 후타쿠치는 자신의 이명(트러블 메이커)에 걸맞게 흘러가는 감상을 가감없이 입 밖으로 토해냈다. 지극히 무례하고, 자기중심적인 그였기에 가능한 행동이었다.



“평범하게 생겼네.”



후타쿠치의 말에 카페 ‘크로우(CROW)'의 사장 엔노시타 치카라는 찰나의 순간 얼굴을 굳혔다. 눈앞의 청년이 뱉은 ’평범하다‘가 저를 향한 말임을 본능적으로 알아차렸기 때문이다.



미처 알바생을 뽑지 못 해 홀로 손님을 응대하느라 다소 곤두선 신경이 후타쿠치의 무례한 발언으로 인해 더욱 날카로워졌다. 다혈질인 자신의 친구들이라면 당장이라도 저 잘빠진 미남의 멱살을 틀어쥐었겠지만 그는 공과 사를 구분할 줄 아는 아주 냉철한 사람이었다. 엔노시타는 화를 내는 대신 더욱 친절한 미소를 얼굴에 덮어썼다. 그러자 유순한 얼굴의 버프까지 받은 그는 세상에 다시 없을 정도로 친절하고, 착하고 무해한 청년이 되었다.



“네에. 손님은 매우 싸가지가 없게 생기셨네요. 주문하시겠어요?”



물론, 그렇다고 나오는 말까지 유순하고 친절하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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