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근친, 가정폭력, 성폭행, 모브 요소 있습니다. 주의해 주세요.

* 스가와라가 까칠합니다. 주의해 주세요.

* 상상은 유잼이었는데, 쓰고 나니 노잼입니다. 주의해 주세요.

* 가사 중에 '달빛'이라고 쓰여진 것은 제가 임의로 소설에 맞추어 조금 바꿨습니다. 원래는 '햇볕'입니다.



[달 저편까지 달아나 버리자.

너의 가녀린 손을 이끌어.

하늘에서 이윽고 비가 쏟아지면

전부 흘려보내는 거야.

정처 없이 헤매네.

너를 데리고서.

달빛이 드는 곳으로 가자.

이제 두 사람 돌아갈 수 없어.

마찬가지로 손을 더럽힌 공범자.

어둠으로 그늘진 손으로 찾아나서네.]

                         -스네오헤어, 공범자-



터진 입가가 쓰라렸다. 아마 내일 아침쯤이면 제비꽃 색과 같은 파르리한 피멍이 새하얀 피부 위로 피어오르리라. 스가와라는 제 때에 깍지 못 해 길게 자라난 손톱의 끝으로 찢어진 상처를 긁어내렸다. 날카로운 통증과 함께 손톱 밑에는 붉은 물이 들었다. 선명한 붉은 빛이 화려하고 곱다.



끼익끼익. 낡은 그네에 앉아 작게 발을 구르던 그는 혀를 내밀어 그것을 핥았다. 비리다. 침과 뒤섞인 소량의 피는 물에 퍼진 잉크마냥 잔상을 남기고 희미해졌다. 유쾌하지 못 한 뒷맛에 입을 찹찹 다시며 스가와라는 조금 더 힘을 주어 발을 굴렀다. 끼익끼익- 끼익끼익- 제대로 관리되지 못 한 그네의 이음새가 폭력에 익숙해져 버린 소년을 대신하여 고통 어린 비명을 지른다. 이상하게도 그 소리가 그리 나쁘지만은 않아, 스가와라는 그네의 움직임이 행여 느려질 새라 부지런히 발밑의 모래 바닥을 박찼다.



발을 굴러 그네를 높이높이 올리면 그는 조금이나마 달에 가까워질 수 있다. 스가와라는 어두운 밤하늘을 비추는 달이 좋았다. 이유는 딱히 생각나지 않는다. 언제부터인가 그랬으니까. 지금의 그에게는 이유 따위 아무래도 좋았다.



찰나 동안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손바닥 반 절만한 달을 눈에 담은 스가와라의 눈동자는 평소보다 좀 더 밝은 노란빛이 돈다. 허벅지와 오금이 저릴 때까지 한참을 달구경에 열을 올리던 스가와라는 돌연 다리를 멈추었다. 그러자 크게 앞과 뒤로 왕복 운동을 하던 그네는 얼마 지나지 않다 느린 울음소리를 내뱉고는 잠잠해졌다.



"어…"



그렇게 멀지도, 가깝지도 않게 자리한 벤치에 남자가 앉아있다. 이렇게 늦은 시간에 낡아 빠진 놀이터에 썩 어울리는 손님은 아니었다. 그는 스가와라를 바라보았다. 몇 없는 가로등 불빛으로 인해 음영이 진 얼굴은 자세히 볼 수는 없지만 진득한 기운이 흘렀다.



검은 머리, 검은 정장, 검은 구두에 검은 장갑까지. 봄기운에 완연해진 지금 같은 날에 남자의 차림새는 다소 악취미적이기까지 했다. 그래도 한 편으로는 맹수의 그것과 같은 남자의 분위기와 썩 잘 어울려 굳이 지적할 만한 기분은 들지 않았다.



남자는 아주 컸다. 비록 앉아 있었지만 앉은 덩치가 일반인에 비해 확연하게 묵직한 감이 있었다. 그리고 그의 손 역시도 마찬가지. 비록 끼고 있는 장갑과 다소 떨어져 있는 거리 때문에 조금 어렵기는 했으나 못 알아챌 정도는 아니었다. 



커다란 손에 엉킨 새하얀 담배가 퍽 가녀리다. 영화에서나 볼 굵은 시가 정도가 되어야 저 남자와 어울리지 않을까. 남자에게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스가와라는 생각했다. 뒤늦게 그네를 움직일 때는 맡지 못 한 담배 냄새가 바람과 함께 옅게 밀려왔다.



스가와라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남자도 스가와라를 바라보았다. 둘 모두 눈길을 피하지 않고 서로를 직시했다. 가로등 몇으로 물리기에는 지나치게 무거운 어둠을 가르고 유려한 곡선을 그리며 타오르던 담뱃불이 그의 손가락에 가까워졌을 때쯤, 남자는 단번에 담배를 빨아올렸다. 순식간에 필터까지 타들어간 담배를 바닥으로 내던지고 그는 그렇게 스가와라에게서 등을 돌렸다. 살벌하게까지 느껴지던 눈빛을 보낸 것 치고는 지나치게 담백한 퇴장이었다. 어둠에 동화되어 멀어지는 커다란 뒷모습을 쫒던 탁한 노란색이 다시금 하늘로 향한다. 끼익끼익. 아릿함이 가신 다리를 다시금 구른다. 끼익끼익. 멈추었던 그네가 다시 움직임을 시작한다.





***



가슴팍에 쏟아지는 열기 어린 숨결이 지나치게 뜨겁다. 처음에는 역겹기만 했던 그것에 익숙해진지가 꽤나 오래되었다.



익숙함이라는 것은 좋다. 더 이상의 감정 소모를 줄일 수 있으니까. 더군다나 이 인간이 언제 죽어나자빠질 줄 알고 기 빠지게 바락바락 반항을 할까. 아마 내가 찔러 죽이지 않는 이상은 오래오래 살지 않을까. 스가와라는 조용히 생각했다.



온몸 구석구석 이리저리 느껴지는 손길에도 그는 멍하니 천장에 시선을 고정했다. 풍만한 곡선을 자랑하는 밝은 달이 떠오른 하늘과 다르게 얼룩 하나 없는 하얀 천장은 밋밋한 감이 있었다. 아, 그네 타고 싶다. 이제 목덜미를 타고 오르는 숨결에도 그는 여전히 천장을 보며 생각에 빠져있었다.



"코우시, 코우시. 넌 그 여자처럼 날 버리지 않을 거야. 그렇지? 그렇지, 코우시?"



강박적으로 흘러나오는 물음 역시도 이제는 익숙하다. 스가와라는 침대에 널브러진 하얗고 고운 손을 들어 남자의 검은색 머리를 껴안았다. 남자의 머리는 스가와라의 회색빛이 도는 은발과 다른 먹물 같은 검은색이다. 놀이터에서 보았던 그 검은 남자와도 같은.



"코우시!"



대답이 늦어지자 거칠어진 목소리와 함께 맞은 남자의 눈동자는 스가와라와 똑 닮은 탁한 노란색이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스가와라가 남자를 닮은 거겠지만.



스가와라는 광기와 집착이 범람하여 번들거리는 유리알 같은 눈동자에 눈을 맞춘다. 그리고 멍이 채 빠지지 않은 얼굴 근육을 움직여 웃음꽃을 피웠다. 그와 똑같은 남자의 눈동자 속에 비친 스가와라 코우시라는 이름의 소년이 환하게 웃음을 짓는다.



"그럼요, 아버지. 전 제 것을 버리지 않아요. 코우시는 아버지 밖에 없어요."



다른 것들과 달리 제 얼굴임에도 좀처럼 익숙해 지지 않는 환한 미소가 참으로 무구하다.





***



둔통으로 그네에 앉은 자세가 구부정하다. 잠자리에 당연한 절차마냥 따라오는 폭력에 오늘은 졸린 목과 물린 가슴팍이 홧홧했다. 축축 처지는 몸뚱이에 하루쯤은 거를 법도 하건만 스가와라는 기어코 오늘도 그네에 몸을 실었다. 흔들흔들. 주인을 닮아 그네의 움직임도 오늘은 영 맥아리가 없다. 잔잔하게 흔들리는 딱딱한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고개를 한껏 치켜든다. 오늘 밤도 역시 달은 탐스럽고 곱다.



"….. 어….?"



달빛에 한껏 취한 스가와라 위로 검게 그늘이 진다. 그 남자다.



"나와요. 달 안 보여."



하지만 그의 알 바는 아니었다. 코앞에서 살래살래 흔들리는 손짓에도 검은 남자는 자리를 비킬 줄 몰랐다. 그 작태에 순한 얼굴을 험악하게 구긴 스가와라는 곧 남자의 시선이 벌어진 자신의 가슴팍으로 떨어졌음을 알아챘다. 조금은 부끄러울 법도 한 상황이었지만 소년은 기죽지 않고 다시 한 번 더 남자를 얼러댔다. 비록 그것이 그에게는 아주 가소롭게만 느껴졌을지라도.



"뭘 봐요. 남자랑 떡치는 놈 처음 봐요? 아, 빨리 나오라니까."



그제야 남자는 그 앞을 비켜섰다. 그리고 저번과는 달리 오늘은 스가와라 옆에 하나 남은 그네에 엉덩이를 내렸다. 말쑥하게 큰 키 때문에 아이들의 높이에 맞춘 그네는 남자에게 어정쩡하기만 했지만 그는 개의치 않는 눈치였다.



남자의 손에는 여전히 어울리지 않은 가는 담배가 들려있었다. 첫 만남 때의 벤치 보다는 그 거리가 훨씬 가까웠기 때문에 그에게서 나는 담배 냄새는 당연히 한 층 더 독해졌다. 스가와라는 달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다시금 입을 열었다.



"그렇게 피우다가 순식간에 훅 가요. 아저씨가 뒤지던 말던 상관은 없는데 나는 개인적으로 오래 살고 싶거든요."

"….. 그런 것 치고는 몸을 막 굴리는 것 같은데."



남자의 목소리는 어림짐작을 한대로 낮았다. 그러나 인상과는 달리 한 편으로는 장난기가 조금 도는 것 같기도 했다. 스가와라의 시선이 남자에게로 박혔다. 그는 스가와라와 마찬가지로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생각했던 것보더 거리가 더 가깝다. 덕분에 앞에 섰을 때는 그림자로 인해 제대로 살피지 못 한 남자의 구체적인 생김새가 그제야 시야에 쏟아졌다. 



곱슬기가 도는 짧은 앞머리. 굵고 진한 눈썹과 튀어나온 눈썹 뼈에 비하여 쑥 들어간 눈두덩이. 날카로운 눈매와 삼백안. 남자다운 콧대에서 턱선까지. 아무리 좋게 봐주어도 순한 인상이라고는 절대 할 수 없는 남자의 생김새는 그의 옷차림과 분위기와 한 대 어울려 존재 자체가 한 마리의 짐승 같았다.



"명줄에 관심이 많아서 살려고 몸을 막 굴린 거라고는 생각 안 해봤어요?"



튀어나는 말투가 지나치게 가볍고 불퉁하다. 생긴 것은 순한 토끼 같은 것이 성질은 길고양이 못 지 않다고 남자, 마츠카와 잇세이는 생각했다. 마츠카와는 그세 짧퉁해진 담배를 버리고 새것을 또 하나 꺼내 입술에 물었다. 유려한 몸짓으로 담배 끝에 불을 댕기자 또 다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스가와라가 싫어한다고 그가 담배를 꺼야할 의무는 없다. 적어도 그는 그렇게 생각했다. 바로 옆에 앉은 조그마한 것에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생판 모르는 남을 위해 자신의 욕구를 내리누를 만큼 그는 배려심이 깊은 인간이 되지 못 했다. 



날카롭게 쏘아붙인 것치고 스가와라 역시 빠르게 마츠카와의 존재를 생각의 범위 밖으로 밀어냈다. 소년은 입을 다물자 둘 사이에 침묵이 감돌았다. 낮은 어둠과 옅은 가로등 빛, 독한 담배 연기와 그네가 자아내는 작은 소음들 속에서 그들은 말없이 달을 보았다.





***



스가와라 코우시.

마츠카와 잇세이.



나이부터 사소한 것 하나까지 비슷한 구석이라고는 없는 두 사람은 그 뒤로도 매일 밤 낡은 그네에 앉아 진진하게 이어지는 대화조차 없이 달을 구경했다. 그 동안 마츠카와는 몇 번 씩 오지 않곤 했지만 그럴 때도 스가와라는 홀로 조용히 발을 굴러 달에 취했다. 가끔은 주인 없는 빈 옆 자리에 반질한 시선을 흘리기도 했다. 물론, 그것은 남자가 알 수 없는 소년만의 비밀이었다.



"마츠카와 씨, 그 담배 그 쪽한테 진짜 안 어울려요."

"음?"



달을 보던 마츠카와의 시선이 스가와라에게로 향했다. 무던함을 가장한 눈초리가 꽤나 열렬하다.



두 사람이 함께 달구경을 한 지도 한 달이 조금 넘었다. 2주쯤 되었을 때, 스가와라는 남자의 이름이 마츠카와 잇세이라는 것, 나이는 올해 35살이라는 것들과 같은 소소한 신상 정보들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마츠카와도 역시 마찬가지. 그들은 서로가 알려주는 것 이상을 상대에게 묻지 않았다. 그것은 말이 필요하지 않는 두 사람 만의 약속이었다.



무릎에 팔꿈치를 올리고 턱을 괸 채 마츠카와의 얼굴을 훑는 소년은 오늘은 손목에 파란 피멍을 데롱데롱 달고 왔다. 빈말로도 썩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다. 마츠카와는 소년이 모르게 아주 조금 미간 사이를 좁혔다.



날이 따뜻하면 따뜻할 수 록 얇아지고 짧아지는 옷가지들은 스가와라의 몸에 문신마냥 즐비한 흉과 멍들을 가려주지 못 했다. 거기다가 그것들을 부러 가리려 노력치 않는 스가와라의 행동거지도 흉터들이 공공연하게 드러내져 있는 주요한 이유들 중 하나였다.



"왜 안 어울리는데?"



그러나 늘 그렇듯 그의 기분과 별개로 마츠카와가 그 멍에 관해 물어보는 일은 없다.



"그냥. 당신은 영화에서나 나오는 시가를 필 것처럼 생겼거든."



여전히 말이 짧다. 마츠카와가 저가 18살이어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고난 후에도 스가와라의 태도는 변함이 없었다. 겨우 그것으로 겁을 먹고 태도를 바꾸기에는 처음 봤을 때부터 스가와라는 마츠카와 잇세이라는 남자를 대상으로 상당히 되바라진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그것이 기분을 거스르기는 커녕 오히려 발칙하고 귀여워서 그는 스가와라의 태도를 지적하는 대신 이번에도 짧게 수긍을 하는 것을 택했다.



"그래."



이제는 없으면 어색할 담배를 입에 문 남자는 별말 없이 숨을 빨아 쉬었다. 탁한 담배 연기가 팽팽한 신경줄을 다소 느슨하게 만든다.



발칙한 그의 밤놀이 꼬마는 오늘도 넋을 놓고 달을 바라보았다. 무엇에 저리도 마음을 빼앗겨서 눈을 떼지 못 하는 건지. 하늘로 시선을 향하는 대신 그는 달을 바라보는 소년을 바라본다.



처음은 낡은 놀이터 그네에 앉아 달빛을 받은 은발이 눈을 잡아끌어서, 그는 답지 않게 이 상처투성이 소년이 성스럽다고 생각했다. 황홀하게 그것을 바라보던 스가와라는 꼭 달의 사랑을 받는 것처럼 보여서 10년도 훌쩍 넘는 과거에 보았던 이야기 책 속 카구야 히메가 땅으로 내려온 것이 저렇지 않을까라고도 생각했다. 아마 그런 그의 생각을 몇 없는 친구 녀석들이 알았다면 분명 배를 잡고 뒤집어지겠지. 그러나 아무래도 상관은 없다. 그 감상은 죽을 때까지 오로지 그만의 것일 테니까.



떨어진 그가 본 작은 카구야는 가까이서 제대로 살피니 이미 깨져버린 유리 조각이었다. 처참하게 부서져 볼품없는 모양새로 남아 동정과도 같이 던져지는 한 조각 빛에 겨우 몸을 밝히는 쓰레기와 다를 바가 없는 커다란 유리 조각.



그런데 참 이상하지. 마츠카와는 그런 소년이 싫지 않았다. 매일 매일 새로운 상처를 장신구마냥 달고 그의 옆에 앉아 달빛을 갈망하는 소년. 오직 달빛에 기대어 환히 빛나는 싸구려 보석. 그것이 왜 그리도 탐이 나고 가지고 싶은지.



"죽여줄까?"



스가와라 코우시에게 어울리는 탁한 노란색 안에 검은 마츠카와 잇세이가 담긴다.



"죽여줄 수 있어."



속살거리는 검은 남자의 말에 스가와라는 그만큼이나 검은 또 한 명의 남자를 떠올린다. 여자를 닮은 저를 사랑하고, 여자를 닮은 저를 증오하는 남자. 원치 않았지만 17년 동안 스가와라 코우시의 것인 사람. 후지 소지로. 자신의 아버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세상에서 가장 죽이고 싶은 여자의 아이에게 저와 같은 성은 물려주고 싶지 않았던 연약한 사람.



스가와라는 말없이 그에게 살인을 권유하는 남자의 눈동자를 살폈다. 소년을 담아낸 작은 동공에 익숙한 갈망이 어린다. 그것이 무엇인지 그는 알고 있다. 후지 소지로도, 스가와라 코우시도 가지고 있는 척척한 감정이기 때문에 그는 그것을 잘 안다.



스가와라 코우시를 바라보는 마츠카와 잇세이의 검은 눈길은 후지 소지로를 닮았다.

스가와라 코우시를 바라보는 마츠카와 잇세이의 검은 눈길은 스가와라 코우시를 닮았다.

마츠카와 잇세이는 그 누구도 닮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스가와라 코우시의 것’이 되어줄 것이다.



마침내 소년의 하이얀 얼굴에 웃음이 피었다. 남자와 다른 동그랗고 순한 눈매가 달만큼이나 우아하고 완만한 곡선을 띠며 휘어졌다. 그것에 따라 입매도 크게 호선을 그린다. 진심을 담고 꽃과 같이 활짝 피어난 미소는 나이에 맞지 않게 아름답고 요요하다. 스가와라는 손을 뻗어 마츠카와의 셔츠 깃을 잡아 내렸다. 그의 단단한 체구를 끌기에는 한참 부족한 힘이었지만 당사자가 몸을 숙여주었기에 거리를 좁히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입가에 문 담배를 피해 스가와라는 마츠카와의 입매 끝에 입술을 붙였다 떼어냈다. 얇기만 한 것이 참 독하기도 하다. 아직 익숙하지 못 한 담배 연기가 매워 소년은 눈물을 조금 흘렸다. 그리고 그것을 받아 삼킨 남자는 처음으로 아주 크게 웃었다.



"달을 더 가까이서 보고 싶어."

"좋아."

"이제 그네는 별로야."

"그래."



깨져버린 유리 조각아. 바닥을 구르는 싸구려 보석아. 내 보물아. 비록 그것이 거짓이라 할 지 라도 네가 밝게 빛날 수 있는 곳으로 가자. 나와 함께 가자.



이번에는 그가 그의 목을 잡아 누르고 입을 맞추었다.





***



[오늘 새벽 1시 20분 경, 미야기 현 토다 군에서 살인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피해자는 41세 H씨로 목과 오른쪽 손목, 복부를 비롯한 상체에 심한 자상을 입고 과다출혈로 그 자리에 숨졌습니다. 현장에는 피해자의 것으로 보이는 다량의 혈액 이외에 범인의 것이라고 할 만한 다른 흔적들이 없어 수사에 난항이 예상되고 있습니다. 경찰은 사라진 H씨의 외동아들인 S군과 범인의 연관성을 중심으로 수사에 착수할 예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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