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리지널 캐릭터 주의.

* 오타 주의.


해적들의 연회에는 언제나 즐거움과 웃음이 넘친다. 로저 해적단, 흰 수염 해적단 할 것 없이 섞여 앉아 다들 술잔을 기울이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럼 마르코는 그 사이에 새새 열매를 먹었구나."
"그렇지요이."
"버기도 악마의 열매 능력잔데. 그치, 버기?"
"시끄러워, 이 자식아!"
"왜, 왜, 무슨 열맨데 그래?"
"동강동강 열매! 이렇게. 읏샤-"
"꺄악!"


허리춤에서 단검을 꺼낸 샹크스는 거침없이 버기의 팔뚝을 베어냈다. 반듯한 얼굴에 걸린 시원스러운 웃음과 전혀 어울리지 않는 섬뜩한 칼부림에 버기는 기겁했다. 보통 사람이었다면 그 손속에 피가 튀고 손이 바닥을 굴렀겠지만 버기의 손은 실에 매달린 것처럼 허공에 둥둥 떴다. 물론, 피도 흐르지 않았다. 버기를 보는 마르코와 삿치의 눈엔 신기한 동물을 보는 것처럼 놀라움이 스쳤다.


"요상한 능력이구먼."
"신기한데? 패기도 안 통하려나."
"하지마! 하지마앗!!! 샹크스 네 놈 때문에에에에- 화끈하게 죽여 버릴 거야아!!!!!"
"하하하핫- 버기, 다들 장난이라고."


뭐로 보나 셋이 합심해서 하나를 놀리는 형국이었다. 괄괄한 척 해도 내심 눈물이 많은 버기는 벌게진 얼굴을 한 것이 당장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 같았다. 그러자 낯선 두 사람이 끼어 있어 제대로 입을 열 수 없었던 파파베르가 꽃을 집어먹던 젓가락으로 고기를 한 점 집어 버기의 입 속에 넣어주었다. 그리고 내친김에 하얀 솜방울이 달린 모자를 쓴 머리도 살살 도닥여다. 울지 말라는 나름의 위로였다. 그런 파파베르의 행동에 버기의 눈물은 마르고, 샹크스의 얼굴은 굳었다.


"나도."
"응?"
"왜 버기만 먹여주고 만져줘? 나도 해줘."


으르렁거리는 목소리로 말을 내뱉으며 샹크스는 버기의 머리 위에 있던 파파베르의 손을 잡아 제 머리 위로 옮겼다. 그런 샹크스의 행동에 당연하게도 버기의 황당스러운 눈길이 따라 붙었다.


버기가 어떤 폭언을 내뱉든 허허롭게 웃으며 넘기던 그 답지 않은 행동에 파파베르는 당황했지만 그것과 별개로 순순히 샹크스의 붉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바닷바람에 어지럽게 흩날리던 조금 거친 머리카락 사이를 마른 손가락이 조심스럽게 헤집었다. 그 손길을 받으면서 샹크스는 여전히 불퉁한 얼굴을 했다.


내가 파파베르랑 가장 친한데.


어린애 같은 독점욕이 그의 뱃속을 드글드글 달구었다.


"우리 이제 좀 끼어들어도 돼?"
"뭐하는 거여."


세 사람의 촌극을 잠자코 보고 있던 삿치가 눈치껏 이야기의 물꼬를 트고, 마르코의 떨떠름한 목소리가 뒤를 따랐다.


"이야- 반갑다. 사실 아까부터 예뻐서 말 걸고 싶었는데 영 낯을 가리는 거 같아서 말이야. 내 이름은 삿치. 흰 수염 해적단 4번대 소속이지."
"1번대 소속 마르코요이. 반갑구먼."
"파.... 파베르...입니다."


얼굴에 흉터를 달고 있기는 하지만 서글서글한 웃음을 짓고 있는 삿치와 나른한 얼굴을 한 마르코는 그럭저럭 무해해 보였다. 그러나 그 얼굴을 보고 있는 게 겁 많고, 낯가리는 파파베르인지라 눈에 뛸만한 관계 진전은 없었다. 그의 태도에 그냥저냥 납득하고 다른 이들과 이야기를 하는 마르코와 달리 삿치는 계속해서 말을 붙였다. 그러나 그가 그러면 그럴수록 파파베르는 그들로부터 점점 더 멀어져만 갔다.


"적당히 해요이. 아 겁먹은 거 안 보이는감."
"나 그렇게 무서운 사람 아닌데."
"파파베르가 겁이 좀 많아."
"무서운 사람 아니기는 무슨...."
"응? 뭐라고, 버기?"
"ㅇ, 아닙니다!"


화다닥 고개를 돌린 버기는 술을 벌컥벌컥 들이켰다. 웃는 얼굴로 버기를 한 방에 헤치운 삿치는 다시 파파베르에게 시선을 맞추었다.


"파파베르는 언제 승선했어?"
 달 전에 승선했습니다."
"그렇구나. 힘들지는 않아?"
"괜찮습니다. 다들 잘 대해주세요."
"그래? 우리도 잘해줄 수 있는데."
"네?"


지금 저 사람이 무슨 말을 하는 거지.


파파베르는 눈을 크게 홉떴다. 그에 느슨하던 눈매가 둥글게 변하자 은근한 색기를 흘리던 청년은 순진한 소년이 되었다. 삿치는 그 변화를 흥미롭게 지켜보며 혀로 아랫입술을 은근하게 핥았다. 그리고 그것을 보고 있는 것은 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로저 해적단의 아름다운 신입은 거친 바다에 어울리지 않을 고운 얼굴과 부드럽고 가는 몸태로 저는 의도치 않았지만 현재 모비딕에 있는 남자들의 시선을 끌었다. 게다가 무엇인지 모를 향과 수줍은 몸짓이 그의 매력을 더해 주변에 있던 선원들은 그렇지 않은 척 파파베르를 훔쳐 보고 있었다.


"하하하. 삿치도 참. 농담을 재밌게 하네."
"나 농담 아닌데? 어때, 파파베르. 우리 배로 올래?"


뒤로 몸을 뺄 새도 없이 삿치는 파파베르의 비어 있는 손을 끌어 잡았다. 그는 제가 끌어당긴 손에서 느껴지는 한기에 잠시 놀란 듯 보였으나 금세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잡은 손가락에 제 것을 얽었다. 삿치의 짓궂은 미소가 진해질 수 록 샹크스의 얼굴이 굳어져 가고, 당황으로 인하여 파파베르의 표정이 점점 울상으로 변했다.


"악!"


삿치는 즐겁고, 샹크스는 짜증나고, 파파베르는 당황스럽고, 이도저도 아닌 버기는 저가 왜 여기 끼어 있나 하는 자아성찰 중인 그 순간 커다란 타격음과 함께 능글맞은 얼굴이 시야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 뒤로 한심한 표정을 한 마르코가 삿치를 내려다보며 주먹을 쥐고 있었다.


"이 미친놈요이. 나가 그만 허라고 했제. 아 울라고 그러자네."
"아뜨뜨! 야!!! 그래도 주먹으로 치는 게 어디 있냐! 아, 겁나 아프네."
"헛소리 그만 허고, 상황 파악 하드라고. 저기 안 보이냐요이."


목소리를 낮춘 그가 가리키는 곳에는 샹크스 못지않게 얼굴이 딱딱하게 굳은 레일리가 그들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 지금 좀 나쁜 상황인거 같은데."
"엄청 나쁜 상황이다요이."


손을 놓고 뒤통수를 쓸던 삿치의 얼굴이 점점 파르리하게 질려갔다. 제 동료가 그러던지 말던지 마르코는 삿치를 향한 한심한 표정을 지우고 파파베르에게 사과를 건냈다. 보는 이에 따라서는 한없이 졸린 얼굴과 다르게 그의 목소리에는 미안한 감정이 묻어났다. 마르코는 겁 많은 파파베르를 배려한 건지 그에게 일정 거리 이상 다가오지 않았다.


"이것 참 미안하구먼. 야가 원래 장난끼가 좀 많아요이."
"괜찮습니다."


대답과 달리 삿치의 손길에서 벗어난 파파베르는 불안한 눈동자를 데굴데굴 굴리며 샹크스의 등에 몸을 숨겼다. 그리고 샹크스 역시 제 몸으로 그를 가렸다.


하여간 저 도움 안 되는 새끼 때문에 내가 제 명에 못 살지.


마르코는 경계심이 잔뜩 오른 호랑이 새끼 한 마리와 겁을 한 웅큼 집어 먹은 고양이를 보며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야는 나가 데리고 갈 텐께 진정 좀 혀."


그렇게 말한 그는 삿치의 뒷덜미를 잡고 제 동료들이 있는 곳을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이 어느 정도 멀어지자 긴장으로 잔뜩 굳은 파파베르의 어깨가 드디어 조금 풀렸다. 찌릿찌릿한 고통을 호소하는 어깨를 애써 무시하며 그는 샹크스의 등에서 조금 떨어졌다.


"괜찮아?"
"너 그렇게 발발 거릴 거면 그냥 배로 돌아가지?"
"버기."
"뭐. 사실이잖아. 저 녀석 얼굴 좀 봐라 허옇게 뜬 거."


버기는 얼마 남지 않은 해수 고기를 손가락으로 집어 먹곤 기름과 소스가 묻은 손가락으로 파파베르의 얼굴의 가리켰다. 그의 말대로 파파베르의 얼굴은 다소 창백했다.


"이런. 파파베르, 배로 돌아갈까? 내가 데려다 줄게."


그 말에 파파베르는 사양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다른 때였다면 레일리에게 먼저 말을 했겠지만 정신적으로 너무 지쳤다.


다 해치우지 못 한 꽃봉투를 갈무리 하고 파파베르는 샹크스와 함께 난간으로 다가갔다. 샹크스는 두 팔로 그의 등과 허리를 받쳐 안아들었다. 둘 중에 키는 샹크스가 좀 더 작았으나 그것과 무관하게 그의 자세는 지극히 안정적이었다. 흔들림 하나 없이 오로 잭슨 호로 돌아온 샹크스는 파파베르를 갑판 위에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고맙습니다."


파파베르가 고개를 숙였다.


"별 거 아니었어. 들어가서 쉴 거 지?"
"네."
"그래. 그럼 난 모비딕에 다시 가 볼게. 쉬어. "


오로 잭슨 호로 돌아올 때 보다 더 날랜 몸짓으로 샹크스가 가자, 파파베르는 홀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는 기가 다 빨린 기분을 느끼고 있었다.


방으로 돌아온 파파베르는 생명줄 마냥 쥐고 있던 봉투를 책상 위에 올려두었다. 그리고 레일리가 미처 치우지 못 한 종이 뭉치들을 한 쪽으로 잘 모아두고, 비실비실 걸어가 침대 위에 시체 마냥 쓰러졌다.


지친다.


익숙한 침구 위에 몸을 맡기고 있으니 잠이 솔솔 쏟아졌다.


이대로 자버릴까.


강렬한 유혹에 잠시 고민을 했지만 그는 다시 몸을 일으켰다. 술판 한 가운데 있어서 그런지 독한 술 냄새가 온 몸에 베인 것 같았다. 잠시 레일리가 돌아와 제 몸에서 나는 술 냄새를 맡는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너무 싫어.


일어나 입고 있던 옷을 모두 훌렁훌렁 벗은 파파베르는 욕실로 들어갔다. 곧 안에서 물소리가 들리고, 20분 정도 지나자 다시 문이 열렸다. 뜨끈한 수증기와 함께 걸어 나온 그는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털어냈다. 그리고 레일리의 옷이 있는 곳에서 품이 넉넉한 셔츠와 바지를 찾아내어 꿰어 입고 아까처럼 다시 침대에 몸을 뉘였다. 거짓말처럼 잠이 오지 않았다.


어쩌지. 책을 읽을까.


크로커스가 쥐어준 약초도감을 떠올린 그는 곧 절래절래 고개를 내저었다. 지금은 왠지 책을 읽고 싶지 않았다.


차라리 산책을 하자. 바람을 좀 쐬고 걷다보면 피곤해서 잠이 오겠지.


그러나 파파베르는 제 생각처럼 피곤할 정도로 걸으려면 땀을 흘려야 하고, 결국 다시를 샤워를 해야 하며, 차가운 바닷바람에 더 잠이 깰 수 있다는 쪽으로는 전혀 생각을 하지 못 했다. 그렇게 쇠뿔도 당김에 빼랬다고 몸을 빨딱 일으킨 그는 선실을 나섰다.


가까운 곳에서 익숙한 소란이 바람을 타고 흘러들었다. 파파베르는 그 소리를 배경음 삼아 차가운 바닷바람을 맞으며 천천히 난간을 따라서 갑판을 걸었다. 그렇게 두 바퀴쯤 돌았을까.


"안 자는구먼."


뒤에서 환한 불빛과 함께 조금은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 왔다. 화들짝 놀란 파파베르가 몸을 돌리자 푸른색의 환한 불빛이 그를 덮쳤다.


"흡?!"


반사적으로 숨을 들이 쉰 파파베르는 곧.


"딸꾹!"


딸꾹질을 시작했다.


"딸꾹!"
"ㅁ, 미안해요이. 놀라게 할 생각은 아니었구먼."


파란 불길이 일던 두 날개가 다시 인간의 팔로 돌아오고 마르코는 빠르게 파파베르로부터 멀어졌다.


"괘, 괜... 딸꾹!"
"답답해서 말이제. 날다보니까 니가 보여서.... 정말로 다른 생각은 없었구먼."


횡설수설하던 마르코는 곤혹스러움을 느끼며 제 머리를 벅벅 긁었다. 하는 일이 하는 일이다보니 그는 파파베르처럼 신경줄이 얇은 이를 대면할 일이 거의 없었다. 때문에 마르코는 그를 어떻게 대해야 할 지 도무지 감을 잡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당황한 마르코를 앞에 두고, 한동안 계속해서 딸꾹질을 하던 파파베르는 가까스로 그것을 멈추었다.


"죄송합니다. 제가 소심해서..."
"아니여, 아니여. 나가 미안하제."


마르코는 빠르게 손을 내저었다. 서로 어쩔 줄 몰라 하던 둘은 곧 동시에 작게 웃음소릴 흘렸다. 자신들의 모습이 웃긴 탓이다. 서로를 보며 웃던 그들은 갑자기 터진 웃음을 거름 삼아 아까 보다는 가까운 거리에서 배난간에 기대어 바다를 보았다.


"아까 말했제? 내는 1번대 소속 마르코요이."
"파파베르입니다."
"계속 미안허다고 말하는 거 같은디. 어쨌든 아까 삿치 놈 일은 미안혀. 아가 나쁜 놈은 아닌디 장난끼가 심해서 말이제."


모비딕에서와 다르게 지금은 정말로 마음을 가라앉힌 파파베르가 고개를 절래절래 내저었다. 좌우로 흔들리는 파파베르의 얼굴을 내려다 본 마르코가 씨익 웃음 지었다.


"괜찮다니 다행이구먼."


그렇게 까지 말하고 나니 할 말이 없었다. 다시 어색한 침묵이 둘 사이를 감쌌다.


".... 저어. 마르코. 아까 그건."
"아. 내 열매 능력이요이."


어색한 정적에 속으로 어쩔 줄 몰라하던 마르코가 반색하며 대답했다. 아마 다른 놈들과의 사이에서 이런 정적이 형성되었다면 그는 단번에 불사조로 변해 날아갔겠지만, 파파베르의 아름다운 얼굴이 마르코의 털 난 양심을 자극했기에 그는 평소처럼 단호하게 굴 수 없었다.


"모델이 불사조라서 말이제. 불사조로 변할 수 있구먼."


그의 몸이 순식간에 푸른빛으로 화한 불사조로 변했다. 우아한 불갈이 강렬하고 화려하게 타올랐다. 그리고 그것을 본 파파베르의 눈이 동그랗게 변했다.


"안 뜨겁구먼."


놀라움을 담은 눈동자가 귀여워 마르코는 웃음기 어린 목소리로 말하며 파파베르를 향해 천천히 날개를 내밀었다. 환하게 빛나는 날개가 파파베르에게 점차 가까워지고 그는 그것에 조심스럽게 손가락을 가져다 대었다.


"아..."


마르코의 말대로 불사조로 변한 그의 몸은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하게 타오르는 것과 다르게 조금 따뜻하기만 할 뿐 뜨겁지는 않았다. 손가락 끝으로만 닿았던 것을 이내 손바닥 전체로 살살 문질렀다. 인간의 몸과 다른 온기가 기분을 붕 뜨게 만들었다. 나른하게 풀린 입가로 미소를 띠우며 파파베르는 마르코와 눈을 맞추었다.


수많은 남자들을 홀리던 아름다운 빛깔의 눈동자가 강인한 불사조를 제 안에 담았다.


"따뜻하네요."


잔잔한 목소리가 귀로 흘러들었다. 그리고 마르코의 푸른 눈동자 역시 환하게 피어올라 사내를 홀리는 꽃을 제 안에 담았다.


"그리고.... 아름다워요."


아아. 벗어날 수 없어.


찰나의 순간 가장 원초적인 본능이 스스로에게 외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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